본문 바로가기

IT/Design Column

누구를 위해 디자인 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디자인 할 것인가?
- For Whom Design Serves?

 


(왼쪽) 노마드에서 나온 휠체어, 이미지 출처: www.nomadwheelchiars.com
(오른쪽) ‘웨어러블 셸터’, 이미치 출처: Ecouterre


최근 십 여 년간 디자인이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목표로 달려왔다면, 디자인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삶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새로운 미적 만족을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추가되는 디자인 비용에 대한 지출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공적 지원과 기부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디자인 결과물의 혜택이 고루 나눠지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최근 중요하게 다뤄지고는 있지만 전체 디자인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 디자인 뉴스에서 기사로 다뤘던 노마드(nomad)의 새로운 휠체어 디자인은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생산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기존의 대량 생산 체제에서 주문자를 위한 맞춤 수공 제작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단지 외형적인 디자인의 변형이 아닌 제작 방식의 전면적인 전환이라는 점에서 올해 디자인 매니지먼트 유럽의 수상작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맞춤 제작인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기본 사양으로 주문을 하더라도 500만원 가까이 하며, 모든 옵션을 적용할 경우 7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휠체어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여겨지지만,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도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이 휠체어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 미국 필라델피아 예술대학 학생들의 재기 넘치는 ‘웨어러블 셸터(wearable shelter)’ 디자인은 새로운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입고 다니는 재킷인데, 비상시에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셸터로 모양을 바꾼다. 그런데 비상시 피난 용도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군부대나 레저용품, 혹은 노숙자를 위한 디자인 정도로 여겨지기 마련인데, 이 디자인이 상정하고 있는 제품 사용자는 ‘누구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하다.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잇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가상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환경 패션쇼에서 선보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급증하고 있는 자연 재앙과 경제적 혼란 같은 사회적 불확실성 속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몸을 피할 곳 없는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

결국 이 두 제품은 특별한 것을 더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 특별한 것을 일반적으로 만들 것인가 사이의 갈등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스타일리쉬하지만 비싼 휠체어는 장애인 중에서도 특수 계층에 한정되어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반면 웨어러블 셸터의 경우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인류 공통의 고민으로 치환해 낸다. 실제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겠지만, 극한 상황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대중에게 환기시킨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디자인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노마드 휠체어 역시 누군가가 기다려왔고, 꼭 필요했던 디자인일 게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턱이 없는 보도와 누구나 이용이 편리한 대중 교통 시스템 디자인에 대해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답은 없겠지만, 누구를 위해 디자인 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본다면 유니버셜 디자인을 넘어서 인간 보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을 꿈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