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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Design Column

애플의 그녀 수잔케어




수잔케어라고 들어보셨나요?

미국의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1980년대에 애플 매킨토시의 아이콘, 글꼴 등 많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성 요소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애플 퇴사 후 설립한 NeXT의 창립 직원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재직했고, 이후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3.0과 IBM OS/2 Warp의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그녀에 업적에 대한 게시물입니다.

Susan Kare, photo by R.J. Muna

Graphical interface pioneer Susan Kare, photo by R.J. Muna

Point, click.

디지탈에 있어서 다른 방법으로 컴퓨터를 운영하던 시기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현재 우리는 아이콘-위주 컴퓨팅의 제스쳐와 메타포(metaphor)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를 선보이기 이전, 컴퓨터와 우리들 간의 상호작용은 대부분이 아래와 같았다.

Command line

어떻게 해서 위와 같은 인터페이스가 아래로 변하게 됐을까?

iPad photo by Ben Atkin

iPad photo by Ben Atkin, under Creative Commons license

깜빡이는 커서와 명령어 라인 대신에 파일과 폴더로 이뤄진 가상의 데스크톱을 선보인 컴퓨터가 맥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마츄어 긱 역사가들은 모두 알듯, 1968년, 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더그 엥겔바트(Doug Engelbart)의 시연(모든 데모의 대모(mother of all demos)로 알려져 있다)에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즉 GUI(아이콘과 마우스, 비트맵 그래픽을 포함)의 핵심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엥겔바트의 시연에 나온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한 곳은 제록스 PARC였고, 24세의 스티브 잡스는 1979년, 전설적인 제록스 방문을 하여 GUI 시연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잡스는 GUI야말로 컴퓨팅의 민주주의적인 미래라 확신했다. (나중에 잡스가 한 말이다. "제 인생에서 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앞으로 언젠가 모든 컴퓨터가 이렇게 되리라는 확신이 10분 안에 생기더군요.") 그는 곧바로 제록스 알토(Alto)라 불린 비-판매 제품에서 본 제록스의 GUI를 라이센스하였다. 그 대가로 그는 애플 주식을 어느정도 줬고 나머지는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됐다.

Icon of Steve Jobs by Susan Kare, 1983

Steve Jobs, 1983, by Susan Kare

얼마 안 있어서 제록스는 기업시장을 겨냥한 제품, 제록스 스타(Star)에 너무나 많은 자원을 쏟아넣음으로써 아이콘 위주의 미래를 거머쥘 기회를 놓치고만다. 그루버(John Gruber)가 지적했듯 스타는 외장형 파일서버 네트워크로 $75,000, 추가적인 웍스테이션으로 $16,000의 값이었다. (그 당시 새 자동차 값의 두 배였다.) 전혀 일반인을 위한 디지탈 혁명이 아니었던 셈이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라스킨(Jef Raskin), 그리고 나머지 맥 팀의 천재성은 거대한 미개척지였던 예술가와 음악가, 작가, 그 외 불가사의한 커맨드라인 UI때문에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시장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거대한 디지탈 웍스테이션의 시장을 꽃피우게 한 것이다.

"우리들 나머지(the rest of us)"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했을까? 구매 뿐만이 아니라 맥을 분명 사용할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정말 알맞게도, 맥 팀에서 제일 상서로운 젊은 직원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수잔 케어(Susan Kare)였다.

Kare on the Mac development team

Susan Kare joins the Mac team

그림 교육을 받아 뉴욕대학 미술학 박사를 받은 케어는 베이에이리어(Bay Area)로 이주하여 샌프란시스코 Fine Arts Museums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하지만 자신이 미술 영역에서 뭔가 잘못된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회를 위해 자기 작업실을 가진 예술가들하고 얘기를 해 봤어요. 저도 정말 저의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케어는 아칸소의 한 미술관에서 날카로운 금속조각을 해보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일단 그녀는 팔로알토의 자기 집 주차장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때 고등학교 동창인 앤디 허츠펠드(Andy Hertzfeld)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허츠펠드는 매킨토시 운영체제의 수석 소프트웨어 설계자였고,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안했었다.

케어의 첫 임무는 맥오에스용 서체 제작이었다. 당시 디지탈 활자체는 좁은 폭의 I와 넓은 폭의 M고정폭(monospaced)으로, 그러니까 동일한 넓이 안에 서체를 박아 인쇄됐다. 타자기 롤러가 스페이스 한 번으로 이동하던 방식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이다. 잡스는 매킨토시를 위해 뭔가 더 나은 활자체를 원했다. 잡스는 리드(Reed) 대학교에서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도사인 로버트 팔라디노(Robert Palladino)가 가르쳤던 서예학 수업의 섬세한 문자체(letter fonts)에 감명을 받았었다. 팔라디노는 당시 대학에서 서예의 대가, 로이드 레이놀즈(Lloyd Reynolds)의 원칙을 가르쳤었다. (독창적인 시인, 개리 스나이더(Gary Snyder)필립 웨일른(Philip Whalen)의 장난기스러운 필기체를 보면, 레이놀즈와 팔라디노를 데스크톱 출판과 작가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다르마의 구걸(Dharma Bums)을 연결시킬 고리로 만들었다. 여기에서 레이놀즈의 영향력을 볼 수 있다.)

맥의 하얀 화면 상에서 마치 책처럼 텍스트가 자연스럽게 쉼쉬듯 흐르게 만들기 위해, 케어는 최초의 가변폭(proportionally spaced) 디지탈 서체를 맥용으로 만들었다. 케어의 이 가변폭 서체는 원래 로즈몬트(Rosemont)와 아드모어(Ardmore)처럼 원래 필라델피아 근처 기차역의 이름을 땄지만, 잡스는 이들 서체의 이름을 제네바와 시카고, 뉴욕과 같은 세계유명도시의 우아한 이름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One of Kare's bitmapped fonts

동료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들과의 지적인 협력에 자극받은 케어는 애플에 남기로 하고, 맥 GUI용 요소의 디자인을 시작한다. 화면상의 아이콘 디자인용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아직 없던 때였으므로, 케어는 팔로알토에 있는 University Art 점포에 가서 $2.50 짜리 스케치북을 하나 사들고 왔다. 여기에다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시작할 요량이었다. 이 스케치북을 보면 케어가 화면의 픽셀을 표현할 모눈종이의 각 각형에 맞도록, 급진적으로 사용자-친화적인 컴퓨팅의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Susan Kare's 1983 sketchbook

처음에 케어는 핑크색 매직펜을 이용하여 "붙이기(paste)" 명령용 집게 손가락을 스케치했다.

Kare's sketch for the "paste" command

그리고 나서 그녀는 페인트가 좀 남아있는 페인트솔을 그렸다.

Kare sketch for paintbrush icon

"자르기(cut)"용으로 그녀는 가위도 그렸다.

Kare's sketch for the "cut" command

그리고 그녀는 비트맵으로 손을 그렸다. 어도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의 보이지 않는 종이 장을 넘기는 손(pan hands)의 효시이다.

Kare's sketch for a hand

"정지(stop)" 아이콘 스케치이다.

Kare's sketch for "stop"

"위험(danger)"의 심볼이다. ("해군에 입대하느니 해적이 되는 편이 낫다"면서 잡스가 내세운 맥 팀의 악명높은 해적 깃발에 영감을 줬다.) 사실 그 깃발도 케어의 디자인이었다. 케어의 해적기는 맥팀 빌딩 위에 나부꼈다.

Kare sketch for "danger"

케어는 애플 자체의 비트맵 그래픽도 스케치했다.

Kare sketch for the Apple icon

그녀는 "자동차 사고"와 같은 바보같은 아이콘도 그렸다. 말 그대로 자동차 사고였다.

Kare sketch for "auto indent"

"점프(jump)"라 불린 프로그래밍 명령을 위한 기발한 아이콘도 두 가지 있다.

Kare sketches for "jump"

그녀는 또한 잡스가 프로그래머들에게 버그를 잡으라(debug) 재촉할 때 들은 말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Kare sketch for debug #1Kare sketch for "debug"

"부트(boot)"용으로 그녀는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나 신을만한 아이콘을 그렸다.

Kare sketch for "boot"

자유로이 디지탈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자, 그녀는 아시아 예술사, 동료들 책상을 장식한 별스러운 전자기기와 장난감, 대공황 시절 떠돌이 일꾼(hobo)이 동정적인 집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기 위해 벽에다 그린 글리프(glyph) 등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끌어 모았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애플의 커맨드(command) 키 아이콘이다. 위에서 보면 성채처럼 보이는데, 스웨덴의 야영지에서는 흥미로운 경관을 나타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이 표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Kare command key

케어의 작품 덕에 맥은 유혹적이고 직관적인 시각적 요소를 갖추게 됐다. 실제 사물의 소형화된 이미지를 생각하는 대신, 그녀는 도로 표지판처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아이콘을 디자인하려 했다.

Kare icon for "volume"

그녀의 디자인을 보면, 말할 수 없으리만큼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인 품질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고서(수잔 케어는 지금도 아침에 태평양을 서핑하곤 한다), 은은한 가치를 내뿜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컴퓨터광으로 여기지 않았던 80년대의 혁신가들에게 케어의 아이콘은 기술 때문에 골치 썩이지 말고, 당장 빠져들어라!고 외치고 있다.

Kare "Happy Mac" icon

실제로 우리는 빠져들었다. 그것도 대규모로. Where Good Ideas Come From 등 여러 영리한 책의 저자인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자기가 처음으로 컴퓨터 구입을 고려할 때 느꼈던 스릴감을 얘기한 바 있다. "맥을 보자 뭔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온통 검정 배경의 화면에 녹색 텍스트만 보다가, 하얀 화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혁명적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체가 있었다! 대학원 때부터 난 서체에 탐닉했었다. 그런데 이 컴퓨터는 서체를 그저 픽셀 덩어리가 아닌 예술로 다루고 있었다. 화면상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화면을 살고 싶은, 그리고 갖고 싶은 우주같은 느낌을 줬다... 맥은 들어가 살고 싶은 머신이었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 안에 살고 있다. 오늘날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 안에서 케어의 후손들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다.

Kare icon for "trash"

하드웨어가 더 빨라지고 저렴해지면서 강력해지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또한 압축적이고 여유로운 도로 표지판 스타일의 아이콘보다 멋지고 정교하며 3D 가상물체로 채워진 아이콘을 더 선호하게 됐다. 우리의 휴대폰과 태블릿에서 그들은 모조 그림자와 반짝거림으로 서로간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케어 스스로도 애플에서 빛나는 첫 업적을 세운 이후로, 윈도와 IBM OS/2용 아이콘은 물론, 솔리테어의 윈도용 버전의 가상 카드판, 여러 신생기업 로고, 뉴욕의 Museum of Modern Art용 제품, 그 외 Bomb이나 Watson, Paint Can과 같은 아이콘의 미술 프린트, 모호한 분류의 Dogcow를 디자인했다.

케어가 디자인한 생일 케이크와 약혼반지, 장미, 디스코볼을 교환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만 하루에 수 천 명이다. 신세계의 새로운 세대를 맞이한 해피맥(Happy Mac) 이미지를 만든 아티스트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채로 말이다.

Disco ball designed by Kare for Facebook

휴가 기간동안 케어는 그녀의 첫 번째 책인 Susan Kare Icons을 자가출판했으며, 그녀의 웹사이트에서는 서명본도 팔고 있다. 서문에 본 글의 수정된 부분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수잔 케어가 손수 그린 아이콘 스케치는 책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녀에게 혹시 30년 전 애플에서 한 작업이 이렇게까지 영향을 끼칠지 그 때부터 느낌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 위대한 작품을 착수할 수는 없어요. 비어 있는 캔버스를 보고 '이제 걸작을 만들 거야'라고 하면 무모할 뿐입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운이 좋으면 사람들이 메시지를 알아차리겠죠."

Cover of "Susan Kare Icons"